영암 군서면 의회사정, 배움과 절제가 살아있는 고택
가을 햇살이 느긋하게 퍼지던 평일 오후, 영암 군서면에 있는 의회사정을 찾았습니다. 이름부터 낯설고 묵직한 울림이 느껴져 오래전부터 궁금했던 곳이었습니다. 좁은 시골길을 따라가다 보니 돌담 너머로 단정한 한옥이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주변엔 감나무와 소나무가 어우러져 있었고, 그 사이로 낮은 기와지붕이 고요하게 앉아 있었습니다. ‘의회사정’은 조선시대 학자 최덕지 선생이 후학을 가르치던 강학당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공간 전체가 소박하지만 질서정연했고, 바람과 햇살이 만들어내는 온도감이 참 부드러웠습니다.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오래된 공간 특유의 정적이 마음 깊이 스며드는 듯했습니다.
1. 군서면 들녘 사이로 이어진 길
의회사정으로 향하는 길은 군서면 도갑리 일대의 농로를 따라 이어집니다. 내비게이션 안내에 따라 국도에서 빠져나오면 ‘의회사정’이라 적힌 작은 표지판이 나타납니다. 길은 포장이 잘 되어 있지만 구불구불해 속도를 줄이는 게 좋습니다. 마을 초입에는 주차 가능한 공터가 있고, 그 옆으로는 돌담길이 이어져 있습니다. 차량 네댓 대 정도는 충분히 주차할 수 있었습니다. 도보로 2~3분 정도 걸으면 낮은 대문이 보이고, 그 위로 기와의 곡선이 살짝 드러납니다. 주변엔 벼가 누렇게 익은 논이 펼쳐져 있어 풍경 자체가 한 폭의 그림 같았습니다. 마을 주민이 다가와 “가을엔 노을 질 때가 제일 예쁘다”고 말해주셨는데, 그 말이 그대로 실감났습니다.
2. 단정하고 절제된 공간 구조
의회사정의 첫인상은 단정함이었습니다. 솟을대문을 지나면 마당이 넓게 펼쳐지고, 중앙에는 강학당 건물이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기둥은 오래된 나무의 질감이 그대로 드러나 있었고, 마루는 사람의 발걸음이 닿아 윤이 났습니다. 지붕의 기와는 가지런히 맞물려 있었고, 처마 밑에는 연두빛 이끼가 살짝 내려앉아 있었습니다. 좌우에는 작은 방 두 칸이 대칭으로 배치되어 있었으며, 가운데 대청마루를 중심으로 시선이 자연스럽게 모였습니다. 대청에 앉아 있으면 바람이 한쪽에서 들어와 다른 쪽으로 빠져나가며 시원한 흐름을 만들었습니다. 소박하지만 정돈된 이 구조는 선비의 생활과 학문을 상징하는 듯했습니다. 공간이 가진 질서감이 고요한 울림으로 전해졌습니다.
3. 학문과 인품이 깃든 장소
이곳은 단순한 고택이 아니라, 인격 수양과 배움을 실천하던 정신의 공간이었습니다. 안내문에는 최덕지 선생이 제자들에게 글과 예를 가르치며 학문적 토론을 이어갔던 기록이 남아 있습니다. ‘의회사정’이라는 이름도 ‘의로움을 품고 학문을 익히는 집’이라는 뜻을 지니고 있다고 합니다. 건물 앞 비석에는 제자들의 이름이 새겨져 있었고, 일부 글씨는 세월의 풍화로 희미해져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희미한 흔적조차 이 공간의 시간을 보여주는 듯했습니다. 대청에 앉아 주변 산세를 바라보면, 자연 속에서 배우고 익히던 선비의 모습이 그려졌습니다. 조용히 앉아 있으면 나무 냄새와 바람의 결이 마음을 가라앉히는 느낌이었습니다.
4. 꼼꼼한 관리와 세심한 안내
의회사정은 규모는 크지 않지만 관리가 매우 잘 되어 있었습니다. 마당에는 잡초가 거의 없었고, 돌계단도 단단하게 정비되어 있었습니다. 입구 옆에는 방문객을 위한 안내판과 간략한 역사 설명이 설치되어 있었는데, 한글과 영어로 병기되어 있었습니다. 마루 앞에는 신발을 벗을 수 있는 벤치가 마련되어 있었고, 방문객들이 편히 쉴 수 있도록 나무 평상도 비치되어 있었습니다. 화장실은 마을회관 방향으로 도보 2분 거리에 있으며, 깔끔하게 관리되고 있었습니다. 작은 쓰레기통과 재활용 분리함이 눈에 띄지 않게 배치되어 있어 전체적인 분위기를 해치지 않았습니다. 관리소의 안내문에는 방문 시 조용히 관람해 달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는데, 그 한 문장이 이곳의 성격을 잘 드러내고 있었습니다.
5. 인근에서 함께 둘러볼 만한 코스
의회사정을 둘러본 후에는 차로 10분 거리의 도갑사를 찾았습니다. 천년의 역사를 간직한 사찰로, 대웅전과 삼층석탑이 조화를 이루고 있습니다. 가을에는 은행잎이 마당을 덮어 황금빛 풍경을 만들어냅니다. 또한 근처의 왕인박사유적지도 함께 둘러보면 영암의 학문적 전통을 한눈에 볼 수 있습니다. 점심시간에는 군서면 시장 근처 ‘남풍식당’에서 제육정식을 먹었는데, 구수한 된장국과 함께 지역 특유의 맛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이후에는 월출산 자락의 ‘기찬랜드’로 이동해 산책을 하며 하루를 마무리했습니다. 학문과 자연, 그리고 인간의 정취가 조화롭게 이어지는 코스였습니다. 하루 여행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러운 구성입니다.
[전통건축답사] 영암 군서면 회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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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방문 전 알아두면 좋은 팁
의회사정은 무료로 개방되어 있으며,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관람할 수 있습니다. 주말보다는 평일 오전 방문이 조용히 둘러보기 좋습니다. 비가 온 다음 날에는 마당이 약간 미끄러울 수 있으니 운동화를 신는 것이 안전합니다. 내부 대청은 신발을 벗고 오를 수 있으며, 제단 앞에서는 조용히 관람하는 것이 예의입니다. 여름철에는 대나무숲 주변에 벌레가 많으므로 긴 소매 옷을 권합니다. 사진 촬영은 가능하지만, 플래시 사용은 제한됩니다. 방문 전 영암군 문화관광 홈페이지에서 도갑사와 왕인유적지 등의 개방 정보를 함께 확인하면 효율적인 일정이 됩니다. 봄과 가을에는 마당의 나무 그림자가 길게 드리워져 학문 공간의 고요함이 더욱 깊게 느껴집니다.
마무리
영암 군서면의 의회사정은 조선 선비의 정신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공간이었습니다. 화려하지 않지만 질서정연한 구조 속에서 ‘배움’의 의미가 자연스럽게 전해졌습니다. 오래된 나무 기둥과 마루의 흔적에서 세월의 무게와 사람의 손길이 함께 느껴졌습니다. 잠시 머무는 동안 마음이 고요해지고, 오히려 그 고요 속에서 생각이 정리되었습니다. 다시 찾는다면 햇살이 부드러운 봄날, 대청에 앉아 바람소리를 들으며 시간을 보내고 싶습니다. 의회사정은 단순한 고택을 넘어, 배움과 절제가 공존하는 영암의 정신적 풍경으로 오래 남을 만한 곳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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